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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단한 자두

에로스

감감님 2020. 8. 18. 00:09

컴컴한 저택 안, 그때 촛불이 나타나며 불빛이 하나 둘씩 나타난다. 그때 다급하게 촛불을 든 하인들을 대표하는 집사에게로 달려오는 남자, 현수다.
"훈기는? 아직 못 찾았어?"
"네...지금 바깥을 찾아보는 하인들도 있으니..."
현수는 그의 말을 마저 다 듣지도 않고 다급하게 계단을 내려간다.

어디서부터 잘못된것일까. 책임감도 끈기도 없는 나를 각성시키기 위해 가정교사가 너에게 회초리를 들 때부터? 그런 너를 보며 가엾단 생각보단 드러난 다리를 보며 발정한 순간부터? 너의 눈물맺힌 원망어린 시선을 보며 희열을 느낀 순간부터?
그 뒤로 나는 비열한 방식으로 너를 사랑했다. 네가 나를 받아주지 않으면 일부러 가정교사를 열받게 했으며, 네가 보고 싶으면 사고를 쳤다. 네가 몰래 우는 곳간에서 몰래 너를 훔쳐보았으며, 네가 나를 원망할수록 나는 너를 갈망했다.
그래. 갑작스러운 나의 고백이 네게 당황스러웠겠지. 심심하면 네가 회초리를 맞는 광경을 자초하고, 눈을 맞추기도 끔찍했던 사람이 사실은 오래전부터 사랑해왔다는 달콤한 말을 뱉는 게, 역겹고 무서웠을거야.
하지만 이번엔 진심이었다... 이번엔 정말 잘해주려고 했다... 어느 남작부인보다도 아름답고 칭송받을 부인으로 너를 만들겠다고... 그간 내가 주었던 상처들을 모두 속죄할 순 없겠지만, 내가 줄 수 있는 모든 걸 내게 바치겠다고...

"도련님!"
화르륵, 한치 앞도 보이지 않은 저택 바깥의 숲속, 말을 탄 현수가 숲속을 휘젓던 하인의 횃불 하나를 들고 어둠 속으로 사라진다. 너무 꽉 깨문 탓에 피가 베여 나오는 입술, 그러나 현수는 영영 자신이 볼 수 없는 곳으로 그가 사라질 것 같단 두려움에 온 정신이 지배된 상태로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누굴까, 너에게 달콤한 제안을 한 녀석. 나의 생일파티에 왔던 백작가의 자제들중 하나일까? 아님 나의 시종이었던 놈들중 하나? 아님 네가 심부름을 할 때마다 나서던 장터에서 만난 천민 중 하나였을까? 아님 한달에 한 번 저택에 들리던 상인?

휘청, 현수는 그만 머리를 흔들며 괴로워한다.

모르겠다. 내 머릿속엔 온통 내가 아닌 다른 누군가와 웃고 있을 너의 모습으로 가득하다. 내가 모르는 누군가와. 내게 보이지 않던 모습으로.
그런 건 용납할 수 없다. 용납되지 않아. 너는 내 것인데... 내 것이어야만 하는데.

히이잉! 순간 말굽이 덫을 밟고, 살점이 찢겨 잡히고 만다. 말이 놀라 몸부림치고, 말에서 떨어져 굴러 떨어지는 현수. 저 멀리서 현수를 찾는 하인들의 부름이 들려오지만 머리에서 피가 멎지 않고 흐르는 현수는 정신이 아득해질 뿐이다. 현수와 같이 바닥에 쓰러진 채 고통에 몸부림 치는 그의 말.
그 고통스러운 신음 속에서 아득히 그의 신음소리란 환청이 겹쳐 들려온다.


이후는 포스타입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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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W X SB X CM] 에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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