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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잉, 열리는 엘레베이터문. 헬멧을 쓴 훈기를 의식치 않고 내리는 두 남녀, 한눈에 보아도 고급진 풍채다. 엘레베이터에 올라타 현수가 적어준 쪽지에 적힌 층수를 누르는 훈기. 문이 닫힌다.
방황하던 시기에 운 좋게 그 애들을 만나 자연스럽게 퀵을 시작했다. 오토바이는 성우에게 배웠고 과거로부터 자유로워지는 법은 현수에게 배웠다. 좋은 녀석들이었다. 마치 그간의 방황이 모두 이 애들을 만나기 위한 시간이었던 것처럼 느껴질 정도로. 가족과 같은 녀석들이었다.
딩, 엘레베이터 소리에 훈기는 고갤 들지만 벽면에 적힌 숫자는 다른 층수다. 문이 열리고 엘레베이터에 타는 벨보이. 훈기는 힐끔 그를 쳐다보다가 괜히 눈이 마주칠까싶어 금방 고갤 돌린다.
더는 두려울 게 없었다. 자유로워진 느낌이었고. 더이상 누군가의 눈치를 보지 않아도 된다는 것은 축복이었다. 왜 진작 이러질 못했을까, 왜 헛된 것에 목을 매며 살아왔나...그런 후회도 잠시였다.
딩, 층수를 확인하는 훈기. 이번엔 제 층수가 맞다. 엘레베이터에서 내리는 훈기, 벨보이가 꾸벅 인사를 한다. 뒤늦게 그에게 인사를 하려지만 이미 닫혀버린 문. 그는 다시 쪽지에 적힌 호수를 찾아 걸음을 옮긴다.
구창모가 고등학교를 졸업한 이후 독립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별로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이젠 더이상 나와는 상관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했으니까. 녀석은 나의 독립에도 아무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그렇다고 반응을 기대한 것도 아니었다. 그냥 당연한거라고... 녀석은 날 가족으로 생각한 적이 없었으니까.
"퀵입니다"
호출버튼을 누르곤 떨어져 서는 훈기. 헬멧을 쓴 채 카메라를 가만히 바라본다.
버려지는 것이 가장 두려웠던 시절, 나는 아들노릇을 하는 것에 최선을 다했다. 웃고 싶지 않아도 웃어야 했고, 나의 감정을 최대로 누르며 살았다. 나의 의사보다는 오직 그 부부의 기분과 취향에 맞춰 나를 만들었다. 그렇지만 구창모의 심심풀이 역할만큼은 절대, 용납되지 않았다. 결국 그에게 휘둘리고 힘없이 놀림당하는 역할밖에 수행하지 못했지만 마음 속 깊은 곳엔 그를 증오하고 있었다. 언젠간 이 집을 나갈 것이라고. 파양이 아닌 독립으로, 법적으론 온전한 가족을 지닌 평범한 사람이 되어 사회를 살아갈 것이라고. 그러기까진 그래, 네 심심풀이 대상이 되어줄께.
문이 열리자 훈기는 그와 눈을 맞추지 않은 채 상자를 내민다.
"정산이요"
키가 크다. 손도 크고. 고급진 샤워코트차림이다. 훈기는 부러 시간을 빼앗기지 않으려 남자와 눈을 맞추지 않고 영혼 없는 얼굴로 멍하니 앞만 쳐다보며 무엇을 먹을지에 대해 생각했다. 남자는 금방 지갑을 가져와 지폐를 셌다. 그리곤 그것을 그대로 훈기에게 내민다. 그것을 받아들고 다시 새는 훈기. 그의 헬멧에 남자의 그림자가 드리워진다.
"...찾았다"
네? 훈기가 의아하게 고갤 들다 그만 굳어버린다. 저를 보며 웃고 있는 남자는 바로 구창모였다.
이후는 포스타입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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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Q X SB X CM] 월광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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