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성민은 사람을 바보취급하듯 모든 상황을 준비하여 내 앞에 펼쳐주었다. 남자는 이미 기절한 상태로 내 앞에 엎드려있었고, 크고 두꺼운 비닐을 준비하며 양동이를 들고 오는 등 준비를 하는 조직원들을 뒤로 하고 류성민은 내 손에 톱을 쥐어주었다. - 사람 손목은 잘라본 적은 없어서... 덜덜덜 떨며 들리듯말듯 중얼인 나의 말을 너는 들었는지... 그저 매정하게 지나쳐가려는 것을 돌아 다정하게 나를 보았다. - 그냥 잘릴 때까지 톱질 해. 놈은 내 어깨를 치곤 자릴 비켜주었다. 그건 네가 마치 수학대회에 출전한다는 나를 격려해주던 손길과 같은 것이었는데... 어느새 나는 톱질을 하고 있었다. 남자는 단단히 잠에 든 것인지 온몸이 발작하고 반동하며 생선처럼 튀는 데도 소리 한 번 지르지 못하고 반항 한 번 하지..
나 홀로 여행은 너무도 지루하다. 애초에 계획도 없이 무작정 비행기를 타버린 것부터가 문제였지만. 하지만 비행기에 오를 때까지만 해도 지금 느껴지는 이 무료함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것이었다. 아니, 어쩌면 그냥 비행기가 타고 싶었던 것일지도. 이국은 이국인가보다. 여기 사람들은 하나같이 마네킹처럼 현실감이 없었다. 자연스럽게 테이블에 앉아 커피를 마시고, 나가 일하지 않아도 스스로 돈이 벌어들어오는 사람들마냥 풀린 눈을 하고서 이렇네 저렇네 대화를 나눈다. 그들을 보니 여행은 사치였나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아직 실망하긴 일러. /동헌은 자신의 가방 속에 들어있는 구형 권총을 만지작거렸다./ 아직 하이라이트는 남아있으니. https://posty.pe/n9kkjk [KeAp X OK] 몽중몽 … byc..
호텔 테라스 난간 위로 위태롭게 서 있는 훈기의 눈에 씌인 갈색 선글라스가 반짝거린다. 그의 팔에는 성인 남자가 메여 있고, 그는 거칠게 훈기에게서 벗어나기 위해 버둥거리지만 훈기는 꿈쩍 않고 그의 목을 조르고 있다. 훈기의 시선에는 오직, 자신의 눈 앞에 남자. 이 테라스의 주인, 샤워가운의 성인남자에게 쏠려 있을 뿐이다. 훈기는 남성에게서 시선을 떼지 못하고, 남성 역시 훈기를 넋 놓고 바라볼 뿐이다. "미친, 새끼야...! 국장이 알면 넌...!" 훈기의 팔에 감겨 버둥거리던 남자가 소리치자, 훈기는 반사적으로 남자의 옆구리에 찌르고 있던 총구의 방아쇠를 당겨버린다. 탕! 총성과 함께 반동으로 휘청- 크게 훈기의 몸이 흔들리고, 그 순간이 마치 슬로우모션처럼 흘러간다. 남자와 함께 난간 뒤로 넘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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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건 뭐냔듯 간수를 노려보는 원재. 시영은 곤란하단듯이 속삭거린다. "불청객이요." 허... 코믹북을 내려놓는 원재, 그의 손목에 채워진 수갑이 찰랑거린다. 자연스럽게 그의 손목에 담요를 올려놓는 시영. 원재가 또 그를 보자 시영이 빙긋 웃는다. "네 빌어먹을 호텔놀이... 진절머리 난다." 원재는 시영이 하던대로 그의 귓가에 대고 속삭거린다. 킥킥, 웃는 시영. 건너편에선 여전히 시끄럽게 취객으로 들리는 소음이 들려온다. 1층 로비... 따뜻한 색계열로 짜여진 러그와 소파. 흡사 미국 할머니 시골집같기도 하고... 원재는 담요로 수갑을 감춘 채 질린 표정으로 소파에 앉아 있다. 알코올 냄새를 진득하게 풍기는 취객 2명과 그들을 상대하기 버거워 보이는 시영. 이곳이 평범한 호텔인 줄 알고 드나드는 이웃이..
차량 라디오에서 루다크리스의 음악이 빵빵하게 흘러나온다. 조수석에 앉아 다릴 쭉 뻗어 발을 올린 석배가 느긋하게 볼륨을 줄인다. 운전석에 앉아 있던 남성이 긴장되는 얼굴로 그것을 힐긋거리곤 석배를 힐긋, 확인한다. -내가 밤에 보고하지 말랬잖아. 손 안에서 지포라이터를 찰캉거리는 석배. 옆에서 보이는 , 썬글라스에 가려진 그의 눈을 본 남성이 꿀꺽, 침을 삼킨다. -죄송합니다. 갑자기 돌발행동이 확인 돼서... 찰캉거리는 것을 멈추는 석배. 따라 남성도 그에게 눈을 굴린다. 작게 흘러 나오는 루다크리스의 목소리. 석배가 가만히 앞을 바라보다 발을 내린다. 차문을 열고 내리는 석배, 고갤 숙여 썬글라스를 올리면서 누군가에게 다가간다. 이내 그의 시선에 나타난 상대방의 구두. -오랜만이야? 석배가 고갤 든다..